『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는 지난 5월 23일자 기사, 「건전한 오락문화를 찾아 몰몬교의 요람에 문을 두드리는 할리우드When Hollywood Wants Good, Clean Fun, It Goes to Mormon Country」를 통해 애니메이션 분야의 뛰어난 인재들을 다량으로 배출해내며 할리우드의 러브콜을 한몸에 받고 있는 브리검영 대학교Brigham Young University의 컴퓨터 애니메이션 학과를 소개했다.
2000년에 개설되어 정원이 70여 명 남짓한 이 학과는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매년 단편 컴퓨터 애니메이션 작품을 제작하여 대학생 부문에서 에미 상Emmy Awards과 아카데미 상Academy Awards을 수 차례 석권하였으며 칸Cannes 영화제 및 선댄스Sundance 영화제에 출품되기도 하였다.
기사의 발췌 번역문을 아래에 싣는다.
유타 주 프로보 시에 소재한 브리검영 대학교(BYU)의 컴퓨터 애니메이션 학과 학생들은 앞으로 세 학기 동안 공동으로 작업할 단편 영화의 주제를 정하기 위해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있다. 남 캘리포니아 주 출신의 3학년 학생 앨런 오스터가Allen Ostergar는 남 몰래 뜨개질 하기를 좋아하는 소심한 해적에 대한 이야기를 과 학우들에게 설명한다.
몰몬 교회로도 알려진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The Church of Jesus Christ of Latter-day Saints가 소유하고 운영하는 브리검영 대학교(BYU)의 컴퓨터 애니메이션 학과 학생들은 미국 최고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와 특수효과 산업에서는 이미 우선순위 고용 대상이 되었다. 유타에서 혜성처럼 나타난 이 몰몬 청년들은 졸업하기가 무섭게 미국의 팝컬처 양산의 중심지로 발탁되어 가는 것이다.
그 일례로 지난 2008년에 BYU 캠퍼스를 방문하여 연설을 한 픽사Pixar의 CEO인 에드윈 캐트멀Edwin Catmull은 이 학교의 컴퓨터 애니메이션 학과에 대해 이와 같이 평했다. “비단 저희 픽사뿐 아니라 다른 모든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도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이 학교에서 뭔가 정말 특별한 일something pretty remarkable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픽사의 2012년작 「메리다와 마법의 숲Brave」 제작 당시 말 근육과 메리다 공주의 곱슬머리를 모델링하는 어려운 작업을 맡았던 한 팀의 경우 팀 구성원 14명 중 6명이 BYU 출신이었다. 캐트멀의 연설 내용을 담은 동영상이 온라인 상에서 퍼져나가자 BYU의 애니메이션 학과장 브렌트 애덤스R. Brent Adams에게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로부터 수많은 이메일들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애덤스는 언제나 동일한 답장을 보내었다. 애덤스는 BYU의 학칙honor code이 소개되어 있는 학교 홈페이지의 링크를 보내 주곤 했는데, BYU 학생들은 매주 정기적으로 교회 모임에 참석해야 하고 혼전 성관계를 엄격히 금하며 (“순결하고 도덕적인 삶”을 살 것을 강조) 모든 종류의 알코올 음료와 커피를 멀리한다. 또한 욕설을 삼가고 외모와 복장에 있어서도 학교가 정하는 까다로운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애덤스는 “그 이후로는 한 번도 답장을 못 받아 봤습니다”라고 말하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몰몬교 신자들 사이에서는 연예 산업이 사회의 부조리와 부도덕함을 조장하는 불건전한 산업이라는 인식도 없지 않아 있지만 BYU의 애니메이션 학과의 운영 이념에는 할리우드의 도덕적 시계추를 반대쪽으로 돌려 놓고자 하는 의도가 다분히 녹아들어 있다. 애덤스는 이에 대해 이렇게 표현한다. “굳이 훈계조로 나가지 않고도 우리 문화사회에 기여를 함으로써 사회 구성원들을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것, 다시 말해 좀 더 생산적이고 좀 더 친절하고 좀 더 인자한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저희가 지향하는 바입니다.”
애니메이션 학과는 처음에 컴퓨터과학computer science 학과의 한 부설 프로젝트로 시작하였으며 브렌트 애덤스가 관심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멘토링을 해 오다가 2000년에 아리조나 주의 한 몰몬교 신자이자 건설업자인 아이라 풀턴Ira Fulton으로부터 슈퍼컴퓨터를 기증 받는 것을 계기로 명실상부한 독립된 학과로 출범을 하게 되었다. 이 학과에 1,000만 달러 이상을 기증한 풀턴은 요즘 점점 더 보기 힘들어지고 있지만 온 가족이 함께 시청할 수 있는 “건전한” 오락물들을 애니메이션 학과가 꾸준히 만들어 내는 데 대해 매우 흡족해 한다. 이 학과가 출범하던 첫 해에 소수정예로 꾸려진 학생들이 탄생시킨 첫 단편 작품 「레밍스Lemmings」는 대학생 부문의 에미 상과 아카데미 상을 동시에 거머쥐는 영광을 안았다. 그 이후로도 애니메이션 학과 졸업생들은 업계에서 꾸준히 두각을 드러내었는데 톰 미코타Tom Mikota가 영화 「아바타Avatar」 특수효과 팀과 함께 아카데미 상을 수상하였고 드림웍스DreamWorks에서 3D 모델러로 일하는 폴 쇼니Paul Schoeni는 가족중심의 건전한 아이패드iPad 앱을 만드는 카페인프리Caffeine-Free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BYU 애니메이션 학과가 본격적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2007년 무렵에는 4학년 학생들이 대거 할리우드에 스카웃되어 버리는 바람에 그 해의 학생 프로젝트였던 단편 작품 「파자마 검투사Pajama Gladiator」가 완성되지 못 하고 좌초될 위기에 빠지기도 하였다.
유타 주에서 전혀 새로운 부류의 애니메이터들을 양산해내기 시작한 이 학교는 이내 입소문을 타고 업계의 리크루터들 사이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소니 애니메이션 픽처스Sony Animation Pictures의 한 채용담당자는 BYU 졸업생들에 대해, 예술적 재능 면에서는 캘아츠CalArts 같은 최우수 교육기관이 배출하는 학생들에 견줄 수 없을지 모르지만 “전혀 새로운 마인드”를 가진 학생들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학교에서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독립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여 개인 작품을 만들지만 BYU 학생들은 종교 수업을 비롯하여 충족해야 하는 다른 요구 조건들이 더 많기 때문에 풀타임으로 영화를 만들 수가 없어서 모든 학생들이 팀을 이루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렇기 때문에 BYU의 교육 방식은 철저한 분업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할리우드의 작업 방식과 오히려 더 흡사한 면이 있다. BYU 졸업생들은 자신들의 특기에 집중함과 동시에 다른 팀원들과 협업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드림웍스의 리크루팅을 맡고 있는 매릴린 프리드먼Marilyn Friedman은 BYU 캠퍼스를 자주 방문한다. “처음에 프로보 시에 왔을 때는 ‘나 같은 동부 출신의 유태인 여자가 여기서 대체 뭘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심정이기도 했지만 이 학교의 학생들이 얼마나 멋진가를 보고 놀라게 되었어요. 세상에 이렇게 착하고 겸손하고 예의바른 아이들이 또 있을까 싶었죠.” 상당수의 BYU 학생들은 졸업 전에 이미 결혼을 하고 자녀를 가지며, 젊은 나이에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가정을 꾸려야 하기 때문에 직장에서도 직무 능력이 뛰어난 편이다. 또한 해외에서 선교사업을 하고 종종 제3세계 국가에서 많은 고생을 하므로 졸업할 때쯤이면 타 대학생들보다 이미 나이가 더 많다. 소니Sony의 전 부회장이자 오랫동안 애니메이션 사업부를 맡아 온 배리 와이스Barry Weiss는 BYU 졸업생들에 대해 타 대학 졸업생들보다 더 성숙하다고 평가한다. “제가 만약 고위 임원이고 제 팀의 구성원을 뽑는다면 일을 열심히 하고 진지한 태도를 가진 사람들을 채용할 겁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예술이기에 앞서 비즈니스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사람 말입니다. BYU가 키워내는 학생들은 이 점을 확실히 갖추었습니다.”